♥뫼사랑~
박영도 대원의 사고 기록기-K2 로체 산행 본문
다음 내용은 SBS에서 중계중인 K2 원정대(등반대장 박영석)의 사고 소식으로 원문을 그대로 옮겨본다.
2001년 7월
23일 안타까운 소식, 박영도대원의 실종
무어라고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
대부분의 8000M 고산이
그러하지만은 그 중에서도 특히 K2는 대부분의 사고가 등정보다도 하산길에 일어난 만큼 모두들 BC에 도착을 해 안아보기 전에는 절대 맘을 놓을
수 없다는 말을 그렇게들 귀에 따갑게 서로에게 이야기하였건만 결국 하산길에 박영도대원에게 뜻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어제 저녁
저희가 이곳시간 저녁 6시 40분 박대장이 무사히 C4로 들어왔다는 무전을 받고 다른 대원들의 상태를 물어보니 오희준 박영도대원, 장부,
파상셀파, 강성규대원 순으로 운행을 하고 있는데 안전지대에 접어들었으니 곧 모두들 C4에 도착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 기사를 썼던
것인데 그 이후에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다시 한번 상황을 설명하면 박대장과 강성규, 오희준대원이 K2를 등정한 후 한시간 가량
정상에서 시간을 보내고 하산하는 길에 정상을 향해 올라오는 박영도대원을 만난다.
박대원을 만난 곳에서 정상까지는 3시간여의 거리.
초반에 너무 많이 떨어져 이미 C4로 돌아간 줄 알았던 박영도대원이 그곳까지 운행을 하며 올라온 정신력은 높이 사지만 이미 오버페이스를
한 박영도대원의 컨디션상태와 시간상으로 정상을 밟고 오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한 박대장이 하산을 지시해 아쉽지만 같이 하산길에 들어선다. 박대장,
오희준, 박영도대원, 그리고 장부와 파상셀파, 강성규대원 순으로 여섯 명이 어
느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하산을 하였단다. 그렇게 하산을
하다 6시 40분경 박대장이 가장 먼저 C4에 도착을 해 무전을 하고, 이후 대원들은 무전 상으로 안전지대에 접어들었는데 많이들 피곤에 지쳐
조금씩 서로 간의 간격이 벌어진 상태라고 알려온다.
이곳의 높이가 해발 8200M 정도, 그리고 C4의 높이는 8060M.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C4에서 정상까지는 오전 등반 중에 위험지대에는 픽스로프를 설치하고 올라간 상태. 그 픽스로프가 끝나는 지점까지 도착들을 하였다는
무전에 박대장이나 이곳 BC나 모두들 어느 정도 안심을 하고 무사히 C4에 도착한 것과 다름없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한데, 이
안전지대를 운행하던 중 박영도대원이 갑자기 넘어지면서 슬립을 해 미끄러져 내려간 것이다. 바로 뒤에서 운행을 하던 장부셀파에 의하면 이
설사면에서 박영도대원이 넘어져 슬슬 미끄려져 나가다 속도가 붙어 경사가 급한 첼슨루트의 꿀루와르(각이 파인 암벽의 꼴)쪽으로 떨어졌다는 것인데
어찌 손을 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고 한다. 체력적으로 탈진하고, 판단력까지 혼미한 상태에서 순간적인 슬립이 그만 사고로
이어지고만 것이다.
사고가 일어난 시각은 어제 밤 8시30분쯤.
무전을 통해서 들려오는 장부셀파의 다급한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에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한 박대장과 이미 C4로 올라와 있던 2진팀들은 텐트로 뛰어나오지만 이미 날은 새까맣게 어두워지고,
8000M가 넘는 곳에서 다들 탈진한 상태로 어찌 손을 써볼 방법이 없다.
아침에 날이 밝는 대로 수색을 해보기로 하고 다들 잠도 못
이루고 새벽을 맞았지만 날이 밝아 추락한 지점을 찾아보니 루트가 전혀 없는 암벽지대. 어찌 방법을 못 찾고 있는 상태에서 추락지점과 비슷한
첼슨루트로 운행하다 C3에 머물고 있는 체코팀에게 무전을 해 도움을 요청하지만 두어시간 후 자기네쪽을 면밀히 살펴보았지만 박영도대원으로 보이는
물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무전이 날아온다.
그 상황에서 날씨는 급격히 나빠져 눈보라가 강하게 불어대기 시작해 더 이상
지체하였다가는 우리 대원들의 안전도 보장하지 못하는 상태. 결국 두어시간 후 하산을 결정해 장비들을 철수하고 하산을 하고 만다. 하산하는 중에
어제 하산길에서 설맹을 입은 파상셀파를 장부셀파가 부축하고 나머지 대원들은 최대한 안전을 강조하며 하산을 하는데, 그만 오은선대원이 슬립을
먹어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지고 만다. 또 한번의 사고로 판단하고 모두들 아연실색을 하는데 50여M를 미끄러져 내려가다 간신히 제동이
걸려 넋이 나간 채 일어서는 오은선대원을 보고 모두들 다시 한번 십년을 감수한다.
그렇게 빤히 보고 있으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이
7000~8000M 고산에서의 안전사고. 그렇다고 댓걸음 정도 뛰면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상황에서 손에 잡히질 않으면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는 것이 이곳의 실제상황이다.
가까스로 3시간 여를 운행해 C3에 도착을 하니, 그제 같이 올라갔다가 컨디션이 안 좋아져 C3에
머물고 있는 이주원대원이 김민관대원과 똑같은 증세인 하체 무력증에 걸려 움직이지도 못하고 캠프 안에 드러누워있는 상태이다. 자신들도 지쳐 있는
상태에서 다시 이주원대원을 로프에 묶어 하산을 하는데 정말 모두들 죽을 맛이다.
결국 그렇게들 악전고투를 하다 오늘 BC까지 하산할
계획이었던 원래의 일정을 바꾸어 이주원대원을 하산시키던 강성규, 오희준, 유철목대원과 셀파 두 명은 이주원대원과 함께 C2에서 머물기로 하고,
체력이 갈 때까지 간 오은선대원과 철수하는 대원들을 도와주기 위해 오늘 C1으로 올라간 김민관대원은 C1에, 그리고 박영석대원과 이종관대원은
ABC에서 하루를 더 묵은 뒤 내일 하산하기로 결정한다.
정신력과 체력을 다 탕진한 상태에서 BC로 귀환을 하는 것 자체도 엄청나게 고된
일인데 그 악천후 속에서 장비들을 철수해 무거운 베낭을 메고 갑자기 컨디션 난조에 빠진 이주원대원까지 끌고 내려오려니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C2에서부터는 정말 한 숨 놓을 수 있는 위치. 오늘 저녁만 푹 쉬면 내일은 모두 무사히 귀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들 지독한 하산을 하고 있는 중에 BC에서는 계속 첼슨루트를 운행하고 있는 체코팀과 프랑스팀에게 무전을 해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매시간 날아오는 무전에서는 이전과 똑같은 내용. 하루종일 하산하는 대원들과 BC는 싸늘하게 내려앉은 분위기 속에서 나름대로의 방법들을
강구해 보지만 어찌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현실을 믿을 수도 없고 믿고 싶지도 않지만 결국 이렇게 모든 상황을
종료하는 수밖에...
내일 대원들이 무사히 귀환을 하게 되면 다시 한번 방법을 찾아보아야겠지만 오후 들어 더욱 짙어지는 구름과 눈보라에
모든 상황이 조금씩 비관적으로 자리 굳혀 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 정말 오늘 같은 날, 그저 저 산 어디에라도 대고 큰 소리로
욕이라도 지르고 싶은 답답한 마음뿐이다.
기록 : 한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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